스타 데이트 '가수 김동환'

[묻어버린 아픔]과 '묻혀버린 인기'

경기뉴스 | 입력 : 2013/10/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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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데이트 / 가수 김동환


<묻어버린 아픔>과 ‘묻혀버린 인기’ 그 사이


“젊었을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까 음악적 컬러가 많이 변해가는 것 같아요. 강렬함 보단 깊이, 날카로움 보단 부드러운 쪽으로 곡들이 인생처럼 너그러워지는 것 같아요.”


예술인은 늘 인기와 작품성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존재

언론 매체, 노래방 등에서 아주 흔하게 자주 접하는 노래지만 가수 이름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 흔한 게 사랑이라지만 / 나는 그런 사랑 원하지 않아 / 바라만 봐도 괜히 그냥 좋은 / 그런 사랑이 나는 좋아󰁔󰁕󰁖.....


공전의 히트곡 <묻어버린 아픔>으로 4050세대의 심금을 울리며 사랑의 정서를 대변해준 가수 김동환을 만났다.

그도 세월이 비껴가진 않았다.

젊은 시절, 사자 갈기 머리처럼 치렁치렁했던 장발은 자취를 감추고 깊은 산사의 스님처럼 삭발한 중년의 부드럽고 인자한 모습으로 우릴 반겼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까 음악적 컬러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강렬함 보단 깊이, 날카로움 보단 부드러운 쪽으로 곡들이 인생처럼 너그러워지는 것 같아요.

노래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나 봐요...”

1988년도에 발표된 <묻어버린 아픔>이 너무 뜨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다른 곡들이 묻혀버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빙긋 웃는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늘 대중의 인기와 작품성 사이에서 갈등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해서 대중들이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사연이 있고 애착이 가지만 인기를 얻지 못해 아쉬운 곡들이 있긴 있습니다.

그래도 가수의 숙명이랄까? 대중이 없는 음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나이 들어서 좋아지는 건 맞서지 않고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랄까요?”


오랜 경험을 통해 음악은 ‘음표가 아니라 쉼표’임을 깨달아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 일찍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안산 사동 습지공원까지 1시간 반가량 땀을 흘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물론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는 운동이지만 자신의 음량을 키우고 자전거를 타며 달리는 자연의 풍광 속에서 음악적 소재와 음표 하나씩을 건져 올린다.

“젊고 싱싱한 음악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실 속에서 때론 내가 이 길을 온전하게 가고 있는가?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곡 만드는 작업이 너무 힘에 겹고 체력적으로 부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열 곡 만드는 일에 쓰일 에너지를 한데 모아 제대로 된 한 곡을 만드는 데 열정을 쏟아 붓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체질적으로 화려한 쪽 보단 본질에 충실한 음악을 좋아합니다.”

시대정신을 담은 노래보단 인간 본연의 원초적 감정이 살아있는, 오랜 세월 지나도 빛바래지 않는 생음악 위주의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고 싶단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감정이 철철 흘러넘치는 노래보단 여운이 있고 듣는 이들의 가슴에 여백을 주는 곡을 만들고 싶다.

오랜 음악생활을 통해 ‘음표가 음악이 아니라 쉼표가 음악’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곤 한다.


신중현과 ‘뮤직 파워’, 김현식과 함께 ‘신촌 블루스’에서 활동

마음은 아직 한창 젊은 데 어느새 가수 김동환의 나이도 5호선 9번 출구(?).

인생의 신산(辛酸)을 경험하고 예민하게 저항하지 않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었음을 스스로도 놀라워한다.

50대 초반, 가수 김동환은 알 수 없는 인생의 허무와 음악적 갈증으로 기나긴 미국 여행을 떠났다.

아무도 아는 이없는 낯선 도시 뒷골목에서 본능적인 외로움에 부르르 떨기도 했고 인생처럼 막막하게 펼쳐진 사막을 가로지르며 끝없이 걷기도 했다.

가수 김동환은 지금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냈다.

어느 곡인들 애정이 없겠냐만 그 중에서도 <바램>, <내 마음 속에 음악이 흐르면>, <우리가 찾던 세상>... 등이 수록된 미국 다녀온 후 탄생한 11곡의 자작곡이 들어간 4집 앨범에 애착을 느낀다.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의 풍경들을 꾸밈없이 적어 내려간 그 곡에 살아온 인생을 담았다.

김동환은 싱글보단 그룹 활동을 더 오래 한 가수이기도하다.

70년 대 후반 신중현과 함께 한 ‘뮤직 파워’에서 리드 보컬을 맡았다.

김현식, 한영애 등과 같이 ‘신촌 블루스’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 행복! 날이갈수록 음악이 소중해지고 울림이 더 커져...

한창 이른 나이, 스물 네살에 결혼한 김동환.

‘직업도 없는 녀석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장인어른에 맞서 ‘아버지 저는 음악하는 일이 직업입니다. 결혼하겠습니다.’했던 그. 그 시절의 음악에 대한 결기, 오기가 오늘까지 음악 외길로 걷게 만든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대의 바램으로 나를 보지말고 / 지금의 이대로가 내 모습인걸 / 시간이 흘러가서 세상이 변해도 / 이렇게 여기 서있을 뿐....

<바램>


“곡 만들고 노래부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이들면서 제 음악이 많이 편해졌어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서일까? 하하...

지금, 이 순간 제 음악이 소중하고 느낌과 울림이 더 커지는 것같아요.

이젠 예전처럼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외모에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 내려놓으니 음악도 같이 따라오는 것같아요.”

‘인기’는 부평초(浮萍草)같은 것. 바라긴 하지만 자신이 만드는 게 아니기에 집착하고 연연하지 않는다.

가수 김동환은 요즘, 인생 들녘의 곡식을 거둬들이듯 가을에 만들 싱글 앨범 <그대가 있기에> 곡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근처 허름한 술집에서 통음(痛飮)을 했다.

맥주 몇 병과 막걸리 몇 통을 나눠 마시면서 음악과 그 주변, 살아온 삶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과 함께 한 옥타브 더 너그러워진 그의 음악처럼 술 맛은 깊고 멀리 퍼져나갔다.

<이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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