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 이모작, 사회공헌활동을 아시나요?

노익장을 불태우는 신 중년의 활약

김재경기자 | 입력 : 2019/10/03 [01:08]

▲ 마술 시연을 하는 조일성 강사 경기뉴스



“곰 세 마리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

 

안양시 관악장애인복지관, 미취학아동 앞에 선 할머니 4인방의 활약이 가을 산을 활활 불태우는 단풍처럼 아름답다.

 

“하루 종일 우뚝 서 있는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성난 얼굴 찡그린 얼굴 싫어요 싫어요....”동요 매들 리에 이어 모든 프로그램을 척척 해낸다. 동화책을 펼쳐들고, ‘토끼는 당근을 좋아해’ ‘병아리가 탄생하는 과정까지 …….’ 단순히 동화책만 읽는게 아니다. 성우처럼 목소리에 변화도 주고 소품을 활용한 도구까지...... 프로가 따로 없다.

 

▲ 자원봉사자 대기실에서도 연습은 계속 되고...     © 경기뉴스



수업에 앞서 동요를 부르며 율동까지 맞춰보고, 서로 정보도 공유한다. 물샐 틈 없는 만반의 준비는, 산만한 장애아동들의 시선 집중에 최고다. 노익장을 과시 하듯 이야기 할머니들의 활약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처럼 활기차다.

 

수업이 끝나면 종종 할머니의 사랑, 젤리나 영양제를 아이들의 입에 쏙 넣어 준다. 쫄깃하고 달콤한 맛처럼 아이들도 새롬워크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할머니들은 아이들과 부비부비 포옹도 하지만, 유일한 청일점 조일성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달라 붙어도 세상이 무서워 ‘이제 고만. 이제 고만하면 안 될까?’ 어정쩡하게 두손 들고 서 있다고.

 

아이들 얼굴이 환하게 피어오르고 일일이 손등에 칭찬 꼬꼬닭 스티커가 붙여진다. 사랑을 듬뿍 주고 나오는 뒤안길에, ‘빠이빠이’를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복도까지 따라 나온다.

 

요즘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영특해서 종종 황당할 때도 있다고. 장애아들은 덩치는 크지만 지능이 낮아 집중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콩나물시루에서 물이 빠져 나가도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교육의 효과를 기대 해 본다고.

 

신기한 마술, 쉽게 배워요.

 

금요일 오후, 신 중년 사회공헌활동 참여자 10여명이 비산동 나눔카페 카라스에 모였다. 언제 보아도 신기한 마술, 신 중년들의 열정과 호기심도 어린이와 흡사했다. 직접 도구를 만들며 왁자지껄이다. 색종이를 오려 붙이고 풀칠하며 장미꽃을 넣어 펼쳐 보인다. 강사로 나온 사회공헌활동 참여자인 조일성씨는 “자아~ 보세요. 장미꽃이 나왔네요. 요렇게 하는 거예요” 목청을 높인다.

 

대중 앞에서 종이컵 3개를 놓고 한 곳에 공을 넣는다. “자~ 어디에 공이 있을까요?” 하지만 공은 다른 컵에서 발견되고…….정신 없이 펼쳐지는 마술은 눈으로 보고도 감쪽 같아서 그저 신기할 뿐이다.

 

사회공헌활동 참여자인 조일성씨는 “빨리빨리 해야 돼요. 늦으면 보따리 싸 가지고 갈 팅게...” 더 가르쳐 주려는 욕심은 안달에 가깝다. 빈병에 노끈을 넣어서 들어 올리는 마술, 카드를 휙획 넘기는 마술까지…….생활마술 대여섯 가지를 가르치는데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마술은 그저 단순한 눈 속임이 아니다. 아이들에겐 무한한 호기심이고 끝없는 아이디어 창출이다.

 

프로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 앞에 서기까지 쉼없는 연습에 연습의 반복이다. 그 결과는 놀랍다. 나눔카페 카라스에서 시연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일취월장하는 실력이 그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토요일 오후, 만안구 안양신문사에서 영상교육까지....... 신 중년들의 호기심이 빛을 발한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정기적으로 모여 교육 받고 개선점도 토론한다.

 



▲ 조일성 강사가 마술 공을 종이컵에 감쪽같이 숨기는 시연     © 경기뉴스



성격까지 바꾼, 인생 이모작

 

힌 머리칼이 유난히 빛나는 조영숙(67세)씨는 “집에서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60세에 우울증이 왔어요.” 워낙 내성적이라서 대중 앞에 서거나 배우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에 사회공헌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인생 2모작을 설계하게 되었다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회복되며 성격이 180도로 바뀌게 되었다. 잘하려고만 했던 것을 ‘못해도 괜찮아’로 생각을 바꾸니, 우울증 약도 끊게 되고 하루하루가 그저, 즐겁고 감사하다고.

 

양해경(70세)씨는 미용사로 33년 일했다. 50대에 방송통신대 교육학과를 수료하며 노년을 준비해 왔지만 세월의 벽을 뛰어 넘을 순 없었다. 지난해 일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 하던 중 신기루같이 사회공헌활동지원사업을 접하게 되었다.

 

남현자(65세)씨는 30여년 베테랑 114 안내원이었다. 그 여세를 몰아 콜쎈터에서 일했지만, 역시 나이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는 없었다고.

 

▲ 인터뷰를 마치고 남현자. 조일성.양해경 조영숙회원들     © 경기뉴스



신 중년들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이모작 인생을 시작하며 동화구연은 물론, 인형극. 마술공연에 이어 영상물 제작까지 척척 해낸다. 부흥사회복지관의 독거노인 상담과 지역신문 시민기자까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삶이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처럼 잔잔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사회공헌활동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와 경기도가 지원하는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운영기관인 새롬워크개발원에서는 전문성과 경력을 두루 갖춘 만 50세 이상의 퇴직(예정)자의 재능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 50여개의 비영리 기관에서 200여명이 참여, 이모작 인생의 활력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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