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 장 쓰고 가세요.”

구로책 축제장의 편지쓰기 행사.

김재경기자 | 입력 : 2019/10/16 [12:06]

▲ 편지쓰기 홍보에 나선 경인지역 회원들     ©경기뉴스

 

“카톡만 하지 말고 편지 한 장 쓰고 가세요.”

 

10월 12일 서울 고척근린공원에서 열린 ‘2019 구로책축제’ 행사장에서 행인에게 편지쓰기를 권하는 (사) 한국편지가족 경인지회 회원들의 열정은 가을 햇살처럼 따사롭다.

 

“안녕 하세요 보다는, 오늘 하늘은 무슨 색상일까요? 하늘은 푸르고, 바람이 불고...”이렇게 운을 터주자 그 다음 문장은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 진지하게 편지 쓰는 모습     © 경기뉴스



초등학교장 출신인 이미송 편지가족 부회장을 만나면 편지를 어떻게 쓸까 망설임 따윈 필요없다. 금새 일사천리로 편지 한통이 마무리 됨은 오랜 교육의 노하우 때문이다.

 

“꽃을 닮은 엄마께”로 시작한 초등학교 여아는 “길가에 예쁜 꽃이 피어 있어서 순간, 꺽어다 엄마께 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 꽃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엄마께 마음만 드리기로 했어요.”로 시작한 고운 마음은 잔잔한 감동이다.

 

주름 이고지고 가는 할아버지부터 고사리 손으로 그림편지까지 편지는 남녀노소의 구별이 없다. 심사숙고 하며 편지를 쓴 구로5동에서 온 중년 남성은 “집 사람에게 말 보단 이젠 편지로 할 말을 대신 하겠다. 잊고 살았던 편지의 중요성을 자각했다”.며 겸연쩍어 한다. 세찬 바람에 천막이 들썩이고, 종이가 날아가도 편지열정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유건과 도포 차림으로 시를 쓰는 모습     © 경기뉴스



모녀가 오순도순 편지를 쓰며 딸이 “엄마! 외할머니 주소 알아?” 묻자, “당연하지” 대답하는 엄마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는 오후다. 편지를 쓰면서도 편지형식이나 봉투쓰는 방법, 집 주소조차 모르는 어린이가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등단 작가이거나 교사 출신인 편지가족 회원들은 꼼꼼히 첨삭 지도까지 한다. 여기서 쓴 편지는 우표를 붙여 발송 하거나, 동의를 얻어 ‘편지쓰기 공모전’에 출품하게 된다고.

 

(사)한국편지가족 오성희경인지회장은 “경기도 전역이 돼지열병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 되었는데, 구로문화원에서 공예강사로 활동하며 책 행사를 뒤 늦게 알았다”며 “구청과 문화원에서 행사 부스지정이 끝났음에도 책 축제와 비슷한 편지쓰기에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했다.

 

행사부스를 방문한 이성 구로구청장은 “결혼전에는 직접 연애 편지를 썼는데...참 좋은 홍보 행사라”며 회원들을 격려했다.

 

▲ 편지쓰기를 지도하는 고의순 회원     © 경기뉴스



필자도 편지가족의 일원으로 행사에 참석 했다가 ‘책 읽는 구로! 꿈꾸는 구민!’ 행사장 이모저모 58개 부스를 돌아 보았다. 구로책축제는(소통.공감. 사랑)이란 주제로 다양한 체험과 전시, 공연으로 이어지는 이색적 행사였다.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시(詩) 짓기 경연대회였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 노인까지 100여명이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치르는 선비처럼 유건과 하늘색 도포를 착용하고 한지와 붓으로 실력을 겨뤘다.붓펜을 왼손으로 연필 잡듯 어설픈 어린이도 있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은 붓 잡은 모습이 노련했다.

 

롤렛을 돌려 기념품을 주는 코너의 줄은 줄어 들줄 몰랐고,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는 접수 1시간 만에 종료 되어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진으로 추억만들기 코너에서는 한국사진작가협회 구로지부의 사진작가 6명이 정성껏 촬영한 후 출력까지, 근사한 추억을 담아 내기에 분주했다.

 

키다리 아저씨가 즉석에서 풍선을 만들어 주는 코너와 주비와 사진찍기 거대한 케릭터와 함께 하는 이벤트에 아이들은 큰 호응을 보였고, 북적이는 행사부스를 다 돌려면 예약까지 하며 바쁘게 뛰다시피 분주 하지만 상쾌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함께 한 멋진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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